3/2,3 2017 교실이야기

많은 준비를 하지 않았다.
사람은 성장해가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존재다.
작년과 같은 것을 할지라도 실제로는 같은 것일수가 없다.
이미 몇년 간 나는 변해왔고 학생들도 달라졌다.

담임을 하던 때의 주간 계획서와 기록들을 살펴봤다.
해야 할 것들이 분명해진다.

내가 학생들과 함께 생활하는 방식은 기본적으로 '서서히 물들어가듯이' 이다.
학생들이 이름과 번호가 필요한 부분에는 절대 복붙을 하지 않는다.
직접 키보드를 쳐 써넣는다.
서서히 이름을 익힌다.

사진을 찍어 그들의 이름과 함께 보관한다.
사진을 보며 이름을 떠올리고 점차 물든다.

대화를 나누며 함께 생활을 하며 그들은 누구인지 어떤 것이 필요하고 어떤 것을 하고 싶어하는지를 파악한다.
동기화 된다.
그러면 일상의 모든 것에서 그들을 떠올릴 수 있고,
몰입할 수 있다.

걸을 때에도 수업에 넣을 만한 것을 생각해낼 수 있고
읽는 것, 보는 것, 듣는 것에서 학생들을 떠올릴 수 있다.
그러면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일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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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주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는 것이 목표다.
남자 교사를 만날 때 학생들은 여러 생각을 한다.
기대를 하는 학생들도 있으나 대부분은 두려워 한다.
한국에서 남자들이 어린 학생들에게 주는 이미지란 그런 것이다.
기본적으로 무서워하고 두려워한다.
난 이걸 깨는 일을 최우선으로 한다.
그러면 터치가 자연스러워지고 표정도 자연스러워진다.
말이 자연스러워지고 행동도 자연스러워진다.
그러면 동기화는 더욱 잘되고 함께 성장할 수 있다.
교사는 존중받아야 되는 사람이지 두려워해야 할 사람은 아니다.
교사가 학생을 대하는 모습은 어른이 이 나라의 학생을 대하는 모습으로 치환된다.
두려움 속에서 배우는 것이라곤 생존 방법 밖에 없다.
학교에서 배운다고 함은 그것보다는 좀 더 고차원적이어야 한다.

3/2

1교시
나를 소개한다.
내가 교사로서 가진 역사를 간단하게 소개한다.
길게 이야기할 필요 없다.
천천히 앞으로 알아갈 시간은 많다.
학생들에게 질문지를 주고 적어서 앞으로 뭉쳐 던지라고 한다.
여기서 학생들은 첫번째로 긴장을 푼다.
우리가 보기엔 별 것 아닌 일이지만 교사에게 무언가를 집어 던지는 행위는 학생들에게 엄청난 일이다.
심리적인 장벽을 한 번 깬다.

질문지를 하나하나 읽으며 답변을 한다.
답을 한 내용은 칠판에 마인드맵으로 기록한다.
질문으로 인해 교사에게서 정보를 파악한다.
정보를 알게 되면서 안개를 걷는다.
모르면 두려워하기 마련이다.
두려움을 제거한다. 불확실성을 제거한다. 조금씩 앞에 있는 저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간다.

질문은 간단했다.
'나이' '6학년 담임을 하는 이유' '교사가 된 이유' '앞으로 어떤 것을 하게 될 지' '숙제는 많은지' 등

2교시
신입생들의 입학식에 참여한다.
6학년이 하는 일이라곤 신입생들에게 선물을 주고 애국가나 교가를 불러주는 것 뿐이다.
이 중요한 첫날, 아는 거라곤 내 담임이 어떤 사람인지 조금.
그리고 담임을 따라 입학식에 참여해서 한 시간을 서 있는다.
서로의 긍정적 이미지 구축에 매우 좋지 않다.
신입생을 축하함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뭔가 방식을 바꿔야 할 것 같다.

3교시
이제 학생들은 서로에게, 나에게 자신을 소개한다.
이름표를 만든다. 간단한 탁상 이름표다.
이름표 뒷편에 마인드맵을 그려 나와 같은 방식으로 자신을 소개하는 글을 적는다.
그리고 그것을 들고 돌아다니며 친구들에게 자신을 소개한다.
나도 함께 본다.

이름표를 만들 때 '아름답게' 만들라고 요구한다.
아름답지 않게, 어렵지 않게, 정성을 들이지 않고 만든 것은 소중하게 여기기 힘들다.
그래서 최대한 할 수 있는 만큼, 부담이 되지 않는 만큼 아름답게 만들라고 한다.
그리고 정조의 이야기를 잠깐 한다.
정조는 수원에 화성을 만들기 원했다.
성은 튼튼하면 그만이지만 정조는 그 이상을 원했다.
검소함을 사랑하는 유교국가의 신하들은 물었다.
튼튼하면 그만인 성을 왜 '아름답게'지으라 명하는지.
정조가 이야기 했다.
'아름다움이 능히 적을 이긴다.'

4교시
서로 친해질 시간이다.
'마음이 맞는 친구 찾기'
양자 택일 할 수 있는 질문이 적힌 질문지에 답을 하고 돌아다니며 자신과 같은 답을 한 친구들을 찾아본다.
열심히 돌아다니며 빈 칸을 채운다.
물론 누군가를 만날 때마다 하이파이브와 함께 인사를 한다.
돌아다니며 친구를 대하는 방식을 보며 올해 주의깊게 살펴야 할 학생들을 구분한다.
쉽게 나온다.
판단을 할 수 있을만큼의 안목이 생겼다.
여학생 3, 남학생 2정도가 보인다.

돌아갈 시간이 됐다.
기분 좋은 인상을 가지고 헤어진다.
하지만 아직 경계심이 풀리진 않았다.
홈페이지 가입을 안내하고 집으로 보낸다.

오후 시간은 배움의 공동체 연수가 있어 통으로 세 시간이 지났다.
좋은 내용의 연수이지만 시기가 문제다.
결국 퇴근 시간을 많이 넘겨서까지 다음날을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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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1~3교시
아침부터 간단한 놀이로 기분을 전환한다.
아직 학생들이나 나나 아침 시간에 적응되진 않았다.
물론 나는 방학 때도 늦잠을 자진 않았지만
적극적으로 무언가 하는 일은 예열이 필요하다.

점이 생겼어요를 한다.
간단하다.
스티커를 들고다니며 가위바위보를 하고 스티커를 친구들의 얼굴의 적당한 곳에 붙인다.
나도 함께 한다.
표정이 좋아진다.
이 표정을 가지고 사진을 찍는다.

이제는 책상을 뒤로 밀 시간이다.
간단하게 리듬게임으로 하나가 되는 연습을 한다.
리듬에 맞춰 한 명씩 박수를 친다.
어려운 게임이 아닌다. 한 바퀴, 두 바퀴 돌기 쉽지 않다.
타인의 리듬에 자신을 맞춰야 하고 집중해야하기 때문이다.
리듬의 속도가 빨라지면 더 어려워진다.
이 게임의 포인드는 리듬을 완성해 몇 바퀴도는게 아니다.
실수하는 친구를 어떻게 대하는지 배우는 것이다.
리듬감이 없을 수도, 집중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
누구도 질책하지 않는다.
다만 스스로 미안해 할 뿐이다.
그럴 때 격려가 필요하다.
그러면 하나가 될 수 있다.
리듬이 하나를 만들지 않는다.
배려하는 마음이 하나를 만든다.

'과일바구니'를 한다.
자리를 교체하며 몸을 부딪힌다.
신나는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다소 지친 분위기가 느껴진다.
그러면 의자를 정돈하고 신발을 벗고 의자 위에 모두 올라간다.
'침묵의 줄서기'시간이다.
두 팀을 나눠 의자 위에서 말을 하지 않고 '생일, 발크기' 등으로 순서대로 선다.
몸을 부대끼며 배려해야 한다.
말을 하지 않고도 소통하려면 타인의 표정과 손짓 모든 것에 집중을 해야 한다.
여학생들은 대부분 잘 된다.
남학생들은 다소 연습이 필요하다.
조급하게 줄을 맞출 필요는 없다.
의자에서 떨어지지 않게 서로를 잡아주고 천천히 누군가 먼저 움직일 수 있게 배려하는게 포인트다.
좁은 곳에서 움직이는 것은 많은 주의집중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다친다.
하지만 그걸 무서워해선 안된다.
다치는 것에서도 배우는게 있다.

마지막 게임은 '줄어드는 의자'다.
음악에 맞춰 빙글빙글 의자 주위를 돈다.
음악이 멈추면 의자에 앉는다.
보통 일반적으로 하는 게임은 의자 수가 줄면 탈락자가 발생한다.
이 게임은 탈락자가 없다.
탈락자가 없게 만들어야 한다.

마지막에는 의자 두 개에 남녀가 나눠 모두 앉는다.
좀 더 친해지면 한 의자에 모두 앉을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하려면 많은 래포가 필요하다. 지금은 무리다.

의자에 모두 앉을 수 있음을 알게 된다.
조금의 배려로 자신의 편함을 나눠 모두 함께 할 수 있다.
학급 생활이란 그런 것이다.

그 상태로 사진을 찍는다.

4교시
전 날에 했던 '마음이 맞는 친구 찾기'를 심화한다.
항목을 하나씩 살펴보며 이러한 선택은 모두 존중받을 필요가 있음을 이야기를 한다.
그러면서 서로의 특성을 살펴보고 인정하는 시간을 갖는다.

5~6교시
규칙 세우기
규칙은 필요에 의해 생긴다.
사실 아무 것도 발생하지 않은 상황에서 규칙은 크게 의미가 없다.
예방의 의미가 있겠지만 적다.
이런 상황에서는 양심에 대한 호소가 먼저다.
규칙은 있으나 규칙을 지키게 만드는 것은 양심이다.
다른 말로 하면
규칙은 없다. 양심이 있을 뿐이다.

학급에서의 문제 대부분은 '말'로 생긴다.
서로 듣고 싶은 말, 듣기 싫은 말을 생각해본다.
그리고 나눈다.
처음에 주저하던 모습들은 사라지고
포스트잇은 여러 가지 말들로 가득찬다.
조금씩 경계를 풀고 자신을 드러낼 수 있게 됐다.

말을 적으며 생각해본다.
우리에게 필요한 규칙은 무엇이 있을까.
세세하게 많은 규칙을 이야기한다.
'떠들지 않기' '욕하지 않기' '놀리지 않기' '준비물 잘 챙기기' '뛰지 않기' '이동하며 남 치지 않기' 등.
대부분 무언가를 하지 '않기'를 요구한다.

여기에서 '교사'에 대한 이야기로 잠시 화제를 돌린다.
어떤 교사를 원하는가.
'공정한 교사' '잘 놀아주는 교사' '잘가르쳐주는 교사' '친절한 교사' '재미있는 교사' '마음을 잘 읽어주는 교사' 등
여러 요구 사항이 나온다.
한꺼번에 읽는다.
공정하면서 잘 놀아주고 잘 가르쳐주고 친절하며 재미있고 마음도 잘 읽어주는 교사.
난 최대한 노력할 것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인간이기 때문에 완벽하지 못할 수 있음도 함께 이야기를 한다.

학생들도 완벽하지 않다.
그래서 많은 규칙은 족쇄가 되고 마음에 부담이 된다.
규칙을 어기는 일이 많아지면 규칙은 진짜로 없어진다. 양심을 지키는게 아니라 규칙을 무시하게 됨으로써 양심도 무시하게 된다.
그래서 하지 않기를 요구하는 규칙을 '하는' 규칙으로 바꾸길 제안한다.

그래서 딱 세 가지만 확정했다.
1.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2. 친구와 친하게 지낸다.
3. 자기 할 일을 스스로 한다.

규칙은 시행하다보면 고칠 점이 나타난다.
그때 다시 이야기를 하면 된다.

집에 가기 전 오늘 하루를 정리하는 마인드맵을 작성해서 내주길 요구한다.
그리고 '선생님에게만 들려주는 이야기'에 교사가 꼭 알아야 할 내용을 적어낸다.

그것을 원노트에 개인별로 다시 정리한다.
이전의 소개 마인드맵도 사진을 찍어서 함께 정리한다.

아직까지 반에 문제가 보이지 않는다.
이쯤 왔는데 반에 문제가 생기고 갈등이 보이면 그건 진짜 심각한 상황이다.
보통은 발생하지 않는다.

다음 주의 계획을 세웠고, 홈페이지에 공지했다.

한 주 더 놀 생각이다.

학생들의 마음이 조금씩 녹고 있다.
쉬는 시간에 나와 이야기 하는 빈도가 높아진다.
웃는 일도 많아진다.

수업에 앞서 관계 형성이 필요하다.
관계 없이는 기계가 수업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