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6일 2017 교실이야기

월요일은 피곤하다.
월요병을 피할 수 있는 사람은 정말 대단하다.

아침부터 정신이 없었다.
내가 뭐하고 있는지 아무런 감이 없었다.

학생들이 교실로 들어오고, 인사를 나누고
1교시 수업이 시작되자
'아, 드디어 일주일이 시작됐구나.'란 생각을 했다.

1교시 체육
내가 가르쳐야 하지만 스포츠강사와의 첫 시간이므로
서로의 분위기 파악을 위해 시간을 내 드렸다.
날씨가 너무 추워 강당에서 오리엔테이션을 했다.
몇 가지 기초 체력을 기를 수 있는 운동을 하고
스트레칭을 했다.
신나는 시간은 아니었다.
첫 시간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집중할 수 있었을 뿐이다.
몇 가지 활동에도 몸을 움직이니 신나하긴 했다.

2교시
학급에서의 시간이다.
간단한 놀이를 했다.
본래는 '미친개가 지나간다.'이지만
용어가 좀 그러하니 '삽살개'로 바꾼다.
'왈' 소리에 맞춰 짝과 함께 박수를 한다.
익숙해지면 소리를 내지 않고도 하고
좀 더 빠르게도 해본다.
별 것 아닌데 집중하게 된다.
6학년이라 그 순간에만 즐거워한다.
5학년 이하부터는 쉬는시간에도 열심히 하는 중독성 쩌는 게임이다.
첫 교시에 체육을 하기도 했으나
육상을 통해 단결력과 연습이 얼마나 향상될 수 있고 실제로 도움을 주는지 이야기를 했다.
내 사례의 주인공은 2016 리우 올림픽의 400m 남자 계주 은메달을 거머쥔 팀, 일본 계주팀이다.
개인별로 봤을 땐 메달권이 아니지만
함께 연습을 하고 도움을 주며 은메달까지 땄다.
난 이 경기를 무척 충격적으로 봤다.
그리고 꾸준한 연습의 사례로 손가락으로 펜돌리기를 들었다.
ㅡ,.ㅡ 그냥 돌리고 있으면 어느 순간부터 돌아간다.
지쳐서 포기하면 돌릴 수 있는 기회를 잃는다.
하지만 계속하면 할 수 있게 된다. 결국엔.

뇌과학에 대한 지식도 잠깐 이야기를 했다.
Use it or lose it. 써라 그렇지 않으면 잃는다.
사춘기가 가까워온 학생들에게는 가장 중요한 문장이다.

3~4교시
학급 부서를 조직하고 계획을 세웠다.
최초 5개의 부서를 제안했다.

건강체육부
자연과학부
문화예술부
언론방송부
도서학습부

자신의 선호에 따라 부서에 들어간다.
그리고 아무도 선택하지 않은 도서학습부는 없어졌다ㅠ

4개의 부서에 균등하게 인원이 배치됐다.

이번 달에서부터 한 학기 안에 하고 싶은 일들을 계획해봤다.
부서의 이름도 정해보고 하고 싶은 일들도 적어보고
사야 할 것들도 정해봤다.

그러다보면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이 분명하게 나온다.
세부적인 계획을 짜면 짤 수록 그렇다.

문화예술부 학생들은 나와 함께 학급을 꾸밀 준비물을 내일 사러가기로 했다.
보통은 내가 다 했는데
올해부터는 학생들에게 맞기려고 한다.
허접하고 이상해도 계획하고 실행한다는 그 자체가 교육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본인들이 살 교실이기에 하고 싶었던 모든 것을 해보도록 기회를 제공하고 싶다.
일단은 믿고 싶다.

5~6교시
운동장 놀이를 했다.
아직 기온이 쌀쌀해서 좀 강력하게 굴렸다.
술래잡기는 좋은 놀이다.
긴장감에 휩싸여 마구마구 뛰게 해준다.
여러 가지 버전의 술래잡기를 했다.
얼음땡도 하고, 바나나 술래잡기도 하고, 그물 술래잡기도 한다.
한 시간 만에 학생들이 엄청 지쳤다.

쉬는 시간을 15분 줬다.
그 시간에도 체력이 남는 학생들은 술래잡기를 계속한다.
긴장감을 높이기 위해 내가 술래를 한 차례 해준다.

난 엄청 빠르다.

학생들의 비명 소리가 경쾌하게 운동장에 울린다.

이어달리기를 했다.
운동장 전체를 사용해 바톤을 잇는 운동이 아니다.
좁은 공간에서 반환점을 설정하고 나는 출발점과 반환점 중간에 앉는다.
반환점을 돌고 오면서 나와 가위바위보를 한다.
이기면 출발점에서 다른 사람과 터치하고
지면 다시 반환점까지 뛰어갔다와야 한다.

세 차례 했다.

학생들이 완전히 지쳐버렸다.

다음날 일어나서 근육통이 온다면 성공적이다.
겨울 내내 경직됐던 근육을 이렇게 풀어준다.
근육통이 올만큼 운동하지 않는 건, 내 생각에 운동하지 않는 것과 같다.
운동을 하고자 했으면 강력하고 신나게 해야 한다.

남은 시간은 놀이터에서 자유시간을 갖는다.
아직도 체력이 남은 학생들은 좀 더 뛴다.

오늘은 아마도 잠이 잘 올 것이다.

내일부터는 수업에 들어간다.
내가 어떤 식으로 수업을 운영하는지 알게 될 것이다.

나도 많이 지쳤다.
오늘이 마치 금요일처럼 느껴진다.